아침 일찍 고추밭으로 올랐다.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느라 정신없이 바쁜 8월이었다. 하루 3시간만 농사일을 하겠다는 나의 각오는 잘 지켜지고 있었다. 그날도 빨간 고추를 몇 바구니 따고 내려가려던 찰나였다. 봉정 할매(영화 ‘소성리’ 주연배우 도금연 할머니 애칭)가 나를 불러 세웠다. 땅콩 한 알을 까서 내게 맛 보여주면서 하는 말이.“안동 영감이 혼자서 땅콩을 캐놓고는 다듬고 있길래 옆에서 거들다 왔다. 어여, 땅콩이 알은 작아도 토종이라서 맛은 있더라, 이제 혼자돼서 농사짓겠나 싶어서 걱정했디만 농사지어놓은 건 수확한다고 애묵고